l'Empreintes du beau rêve
비 오는 날: 작은 왈츠
나의 마지막 애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라고 기형도는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사랑을 깨닫고 나서야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같다, 고 문득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기독교적인 의미에서의 아가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남녀간의, 혹은 동성간의 사랑도 아니며, 하물며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사랑'도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건, 그러니까, 이를테면 홀든의 "이런, 젠장!damn it!" 속에 담겨 있는 사랑,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되려 인간에 대한 모종의 혐오와 복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는 않고, 수줍게, 자신의 이야기를 빌리는 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밖에 표현될 수 없는 사랑을 말한다. 내가 홀든에..
novel
2015. 5. 10.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