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애도의 완수: <아노하나> 감상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줄여서 <아노하나>는 애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10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멘마’라는 여자아이가 사망하고,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은 각자 멘마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갑자기 멤버의 리더였던 ‘진타’의 곁에 멘마가 나타나고, 진타는 이것을 과거의 멤버들에게 고백한다. 믿어주는 친구도 있고, 반신반의하는 친구도 있다. 극장판은 TV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유령’으로 돌아온 멘마를 자신들의 곁에 각인하는 일은 회상으로 제시될 따름이지만,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멘마가 어떻게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극장판의 이야기는, 멤버들이 ‘멘마’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나루의 경우는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잘 쓰지도 못하고, 진타는 편지를 쓰기는 하지만, 제대로 쓴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츠루코는 꼼꼼한 성격답게 이미 편지를 다 썼다고 하며, 폿포와 유키아츠는 쓰려고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 여하간 그들은 멘마를 ‘제대로’ 떠나보내기 위해 편지를 쓴다. 그러면서 실은 아나루가 진타를 좋아했다는 사실, 진타는 멘마를 좋아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지만, 이는 미래에 ‘열린’ 가능태로 제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면 멘마는 끝에 가서는 성불해야 하고(다시 태어난다는 떡밥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들은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기 떄문이다.
중간에 인상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는데, 바로 10년 전에 있었던 일—진타가 멘마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뛰쳐나가고, 멘마는 진타를 찾아 밖으로 나간다—을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재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멘마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다시 구성된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일이 벌어진다. 진타가 멘마를 좋아하냐는 말을 듣고, “좋아해”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제는 유령인) 멘마는 놀라고, 그 때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 같지만, 진타는 똑같이 뛰쳐나가 버린다. 이 밖에도 사건을 재구성하는 일은 여러 차례 벌어진다. 저녁에 폭죽을 터뜨리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며, 송별회 비슷한 것을 열기도 한다. 그러나 끝끝내 멘마는 성불하지 못한다. 사건의 재구성만으로는 ‘애도’를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도가 완수되는 것은, 마지막으로 숨바꼭질을 하고 나서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이 멘마를 진정으로 ‘발견했을’ 때이다. 이제까지 멘마는 진타의 눈을 제외하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숨바꼭질을 했을 때, ‘처음으로’ 멘마 쪽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멘마는 모두에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편지를 쓴다. 진땅에게, 아나루에게, 츠루코에게, 유키아츠에게, 폿포에게… 그들은 나무 밑에 놓여져 있는 편지를 읽고, 비로소 ‘멘마’라는 ‘유령’이 우리 곁에 있었음을, 따라서 자신들이 한 일이 멘마를 성불시키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찾았다!” 는 말과 함께, 그리고 멘마의 “찾아버렸네” 라는 말과 함께, 애도는 완수되고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죽은 자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둘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남은 자는 그저 비참하고, 슬퍼할 뿐이다. <아노하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최대한 감동적인 클라이막스를 최후에 배치하는 것으로.
여담: 애들이 너무 자주, 또 너무 많이 운다. 나는 처음에 이들이 눈물샘에서 눈물이 솟아나오는 병에라도 걸린 줄 알았다. 이제 울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아니, 감독의 의지에 따라 더 울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한 번 울었으니 두 번 못 울 것은 뭔가.) 아무래도 <아노하나>는 관객들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데 성공을 거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