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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만남과 이별에 대한 짧은 이야기: <초속 5cm> 감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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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에 대한 짧은 이야기: <초속 5cm> 감상

barde 2014. 3. 6. 05:28




   드물게도, 볼 때마다 감상이 바뀌는 작품이 있다. 그리고 <초속 5cm>는 여기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세월'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내버려 두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둘 다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영화만큼 사람들의 감상이 갈라지는 영화도 없을 것이다. <초속 5cm>는 만남과 이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만남'보다는 '이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커플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신카이 감독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초속 5cm>이다.


  작품은 크게 세 개의 짧은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1화 「桜花抄」, 2화 「コスモナウト」, 3화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처음에 분리된, 연결점이 없던 이야기였다고 하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수정과 보충을 가해서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 이야기를 하나하나 보아도 감상에는 문제가 없다. 나는 여기서 2화 "코스모나우트"가 가장 좋았는데,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볼까 한다.


  1화 "벚꽃초"에서는, 먼저 주인공인 타카키와 아카리가 헤어진 전말을 묘사하고 있다. 1년 차이로 도쿄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둘은 이내 '정신적으로 잘 맞는' 친구가 되었지만, 가족의 부임에 따른 아카리의 전학으로 결국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둘은 헤어진다. 그러다 1년이 지나고 둘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데, 여기서 재밌는 것이 마침 만나는 날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도쿄에는 많은 눈이 내리지 않지만, 도호쿠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눈은 점차 기세를 더해, 열차가 2시간이나 정차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해서 타카키는 역에 약속시간에서 네 시간이나 늦은 11시 15분에 도착하게 되고, 마침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아카리와 만나서 도시락을 먹고, 커다란 벚나무 밑에서 키스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둘은 헤어진다.


  아름답다, 그리고 애절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외롭고, 슬픈 것이다. 어렸을 때는 더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서도 이별이 '견딜 만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서럽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추억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별의 가혹함도.


  2화 "코스모나우트"는 이야기의 색이 많이 바뀐다. 가고시마에 있는 타네가시마라는 섬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타카키와 카나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카나에는 타카키를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짝사랑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타카키는 여전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남쪽 섬의 여름은 길다. 시간이 지나고, 하늘이 높아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중순에 스미다는 파도타기에 멋지게 성공하고, 그 날 타카키에게 고백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타카키가 보여주는 한없는 상냥함에 카나에는 결국 고백하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타카키가 그녀에게 다가왔을 때, 로켓이 발사된다. 이 장면이 무척이나 멋지다. 그리고 타카키는 도쿄로 떠나고, 스미다는 홀로 남아서 짝사랑을 계속 이어간다.


  가볍게 "좋았다", 고 말하면 잔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그려진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높고,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으며, 카나에는 귀엽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보자면, 1화와 3화가 "나"라는 1인칭으로 전개된다면, 2화는 모두에게 시선을 두고 있으면서도, 중요한 둘에게 눈을 붙잡아 두고 있다. 이야기가 타카키의 시점으로 전개될 때도 있지만, 카나에의 시점으로 전개될 때도 있다. 시선은 자기 자신의 독백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더 빛나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짝반짝거리는 타네가시마의 자연을 배경으로.


  3화 "초속 5cm"에 대해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이 정리되는 에피소드니까. 다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건, "헤어짐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상실'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실'이란,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 사랑이 진실했다면, 그리 쉽게 잃어버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돌아보는 일도 없었을 터인데. 이별은 만남보다 자연스럽다. <초속 5cm>는 그와 같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름답게, 그리고 애절하게.


  여담: 이런 영화는 고민하면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보면서 감상이 달라지는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는 것으로 족하다. 감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 남은 인생을 보람차게 즐겨라. 楽し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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