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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홀로-우 본문

etc.

홀로-우

barde 2013. 4. 26. 00:46

어떤 타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고,

불길이 이글대는 지옥이고,

한 발짝 들여놓으면

바로 집어삼켜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다.

타인의 눈을 바라본다.

그 속엔 재가 있고, 물푸레나무가 서 있고,

흔들리는 불빛들이 있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있고,

작은 슬픔이 있고, 또 제 몸 하나 간수하려는

악착같은 이기심이 있다.


빗줄기가 눈꺼풀을 때리고, 코를 때리고,

떨어질락 말락 하는 벚잎을 때리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온 힘에 부쳐

힘없이 살랑대며 느리게 떨어진다.

저 벚꽃은 내가 전에 봤던 벚꽃

저 나무는 내가 3년 전에 손바닥을 댔던 나무

나무는 끝끝내 잘리지 않고 서 있다.

하늘은 어두운 낯빛으로 종말을 고한다.

인간은 듣는 귀를 상실했다. 이윽고

햇빛으로 이글대는 여름이 도래한다.


아무렇게나 찍은 점들을 하나하나 세 본다.

하나, 둘, 셋, ... 스물 셋.

바닥에 떨어져 침묵하던 벚잎은 셀 수 없었다.

너무 많아서, 손톱만한 작은 꽃잎들이 모여서

분홍색으로 아찔하게 섞여 버렸으므로.

바닥이 분홍빛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저건 벚나무가 흘린 피야.”

이제는 곁에 없는 그가 언젠가 말했다.

벚나무가 흘린 피는 어디로 사라질까? 불러도

대답 없는 서늘한 영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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