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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다자이 오사무, 희미한 목소리 본문

etc.

다자이 오사무, 희미한 목소리

barde 2013. 10. 23. 23:41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지식하게 믿는다. 낭만주의에 의거해, 꿈의 힘에 의거해, 난관을 돌파하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 관둬, 관두라고, 허리띠가 풀렸잖아, 따위의 못된 충고는 하는 게 아니다.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가장 옳다.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든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든 같다고 할 수 있다.


        믿는 능력이 없는 국민은 패배하리라 생각한다. 잠자코 믿고, 잠자코 생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옳다. 남의 일을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꼬락서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 기회에 좀 더 깊게 자신을 조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다.


        믿었다 패배하는 데 후회는 없다. 오히려 영원한 승리다. 그렇기 때문에 남이 비웃어도 치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아, 믿고 성공하고 싶다. 그 환희!


속는 사람보다, 속이는 사람 편이 몇십 배 더 괴롭단다. 지옥에 떨어지니까.


        불평을 하지 말라. 잠자코 믿고, 따르라. 오아시스가 있다고 남이 말한다. 로망을 믿어라. 공영을 지지하라. 믿어야 할 길, 달리 없다.


        느슨함을 경멸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의외로 안이하게 살고 있다. 타인의 안이함을 조소하면서, 자신의 안이함은 미덕으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생활이란 무엇입니까?"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자기변명은 패배의 징조이다. 아니, 이미 패배의 모습이다.


"패배란 무엇입니까?"

"악에 알랑거리며 미소하는 것입니다."

"악이란 무엇입니까?"

"의식적인 구타입니다. 의식적인 구타는 악이 아닙니다."


논의란 왕왕 타협하고 싶은 정열이다.


"자신(自信)이란 무엇입니까?"

"미래의 촛불을 보았을 때의 마음의 모습입니다."

"현재의?"

"그것은 쓸모가 없습니다. 바보입니다."

"당신에게는 자신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입니까?"

"제비꽃입니다."

"시시해."

"시시한 것입니다."


"예술가란 무엇입니까?"

"돼지코입니다."

"그건 심하다."

"코는 제비꽃 냄새를 압니다."


"오늘은 조금 신바람이 난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예술은 그때그때의 컨디션으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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