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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 본문

etc.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

barde 2014. 3. 23. 14:38



  세상에는 심심풀이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고, '시험삼아' 내 본 소설이 신인상을 타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평범하게 운이 없어서 로또를 사면 언제나 꽝에, 꽝이 없는 당첨제비를 뽑으면 항상 낮은 등수가 나오고, 원서를 넣으면 전부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쪽이냐고 하면, 글쎄. 아무래도 '평범하게 운이 없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럼 지금부터,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해 보기로 한다.


  우선 이렇다. 앞에서 든 예와 같이, 로또를 사면 전부 꽝이 나온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확률로 따지면, 5등에 당첨될 확률은 1/45이다. 따라서 로또를 45세트 구매한다고 하면, 실제로는 한 종이에 5세트니까 9장이지만, 그 중에 하나가 맞는 확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45세트를 구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로또가 맞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맞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그 중에 4등이나 3등이 들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부 떨어질 확률이 높은 편이다.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44/45)^45 = 약 36% 즉 36%는 전부 꽝이라는 소리다. 확률의 세계는 냉혹하다.


  그래서, 이를테면 반복적으로 로또를 몇 세트씩 구매해서 언젠가 5등이 나오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대부분은 1등이나 2등을 기대하겠지만. 꿈 깨시라.) 매주 로또를 5세트씩 사는 대학생 J군을 가정해 보기로 하자. J군은 로또를 사기 위해 매주 5천원씩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 5천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J군이 그것을 보다 '유익한' 곳에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하간 J군은, 냉정하게 말하면 매주 5천원씩을 나눔로또와 복권위원회에 기부한다. 자, 이제 J군이 5등에 당첨될 확률을 계산해 보자.


  우선 한 주에 5등에 당첨될 확률을 살펴보면, 1-(44/45)^5 = 약 11%다. 그리고 로또는 각 세트마다 독립사건이므로, 한 로또의 당첨 사실이 다른 로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동의 경우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같은 번호를 연속으로 찍는다거나 하는 일이 있기 때문.) 그리고 2주에 한 번 5등에 당첨될 확률은 다음과 같다: 1-(89/100)^2 = 약 21% 확률이 조금 오르긴 했다. 하지만 J군은 자신이 '평범하게 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불안함을 느낀다. '대체 언제 이 빌어먹을 로또가 맞는 거야?' 독자들도 슬슬 J군을 동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 조금만 더 참을 인자를 마음속에 그려보자. 3주에 한번 5등에 당첨될 확률은 다음과 같다: 1-(89/100)^3 = 약 30% 이제 걱정이 많은 J군도 안심할 만한 확률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주도, 로또는 5등조차 당첨되지 않았다. 슬슬 J군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라, '언젠가는' 당첨될 날이 올 테니. 4주에 한번 5등에 당첨될 확률은 다음과 같다: 1-(89/100)^4 = 약 38% '어라?' 이제야 J군이 이상한 점을 발견한 모양이다. 확률이 올라가는 정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J군이 마음 놓고 로또를 살 확률을 60%라고 가정해 보자. J군이 몇 번 로또를 사야 5등에 당첨될 수 있을까?


  정답은 다음과 같다: 1-(89/100)^x = 3/5 so log2/5 = xlog89/100 하지만 로그 계산은 매우 귀찮기 때문에, 근사치를 구해보기로 한다. 1-(89/100)^8 = 약 61% 적어도 8번은 사야 60%의 확률로 5등에 당첨될 수 있다. 이는 한꺼번에 4만원 치를 샀을 때의 확률과 동일하다. 그래서 J군은 이제 두 달에 한 번씩 로또를 4만원치 사는 방법을 택한다. 매주 확률로 고민하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나 J군이 그렇게 했을 때, 5등에 당첨된 로또는 하나밖에 없었다. 다시 J군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3등에 되려면 몇 번을 사야 하는 거지?'


  3등에 당첨될 확률은 1/35724 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35724세트를 사면 한 번 당첨되는 확률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J군은 무식하지만,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J군이 두 달에 한 번 5만원 치의 로또를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35724세트를 구매하려면 35724/50 = 714.48 곧 715번을 반복해야 한다. 해로 따지면 대략 119년이다. 이제 J군은 로또 사기를 포기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 이제 확률에 대해 감을 잡은 우리는 J군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다시 이야기의 원주제로 돌아와 보기로 하자. J군은 자신을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률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딱히 J군이 평범하게 운이 없는 게 아니라, 매스미디어가 '운이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매주 1억 세트의 로또가 팔린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 평균적으로 12세트는 1등에 당첨된다. 그런 사람들이 매주 12명씩 나온다고 생각해 보면, 그리고 그것을 '5등조차도 맞지 않는' 로또를 들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당연히 자신을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J군은 이제 로또 사기를 포기한다. 대신 J군은 만화책을 보는 데 그 돈을 사용한다.


  여기서는 철저하게 '확률'만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로또를 소재로 해봤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확률'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학에 원서를 넣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경쟁률이 터무니없이 높은 과의 대부분은 허수다. 즉 성적이 안 되는데도 꼭 한번 넣어보고 싶어서, 혹은 요행을 기대하며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률만 보고 '아, 여기는 안 되겠는걸. 다른 과를 넣어볼까' 할 이유는 없다. 어디까지나 입시 결과는 '커트라인에 걸리는' 수험생들의 수준이 결정하는 것이지, 원서를 집어넣는 사람의 수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만약 원서를 넣었는데 전부 떨어졌다고 한다면, 그건 '평범하게 운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의 성적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아서일 확률이 높다. 그래도 아직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확률 외적인 변수'를 몇 가지 고려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대학에 붙었을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은 파릇파릇한 신입생이 되었다. 상대평가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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