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preintes du beau rêve
'자살'과 인간의 존엄 본문
한 차례 격렬했던 겨울이 지나고 나서, 최근에는 할 일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있고, 앞날이 불투명한 것도 있고 해서 완전히 넉다운돼 있었다. 과장해서 말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 그런 일이 있었지." 라고 하기에는 또 애매한, 물과 수은 사이에 있는 쇠공과도 같이 가라앉은 침잠. 나는 가만히 쇠공을 바라보는 일에도 싫증이 나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죽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살고 싶지 않다",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야 매번 들지만, 그것이 "죽고싶다"는 결의로 이르는 데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대신 "죽고싶다"는 결의를 하고 실행에 옮긴, 혹은 실행에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글을 읽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무를 향한 도정」이라는 블로그다.
잠시 간략하게 블로그주에 대해서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무를 향한 도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사람은, 원래 '죽을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FX 투자자였다. 그는 일본의 흔한 기업에 다니고 있었고(대기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의 회사원 생활에도 질려서 FX를 통해 목돈을 마련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3.11 대지진으로 150만 엔에 달하는 대손실을 입고 나서, 점차 삶과 노동의 '의욕'을 잃게 된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니트'로 몇 개월 생활하다가, 다음 해 3월에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게 된다. 카운트다운은 같은 해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로 블로그에 갱신은 없다.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사회생활은 정말로 엿 같은 것이다. 다들 마음속에 사직서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마음 속에 있던 '결의'를 밖으로 표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빌딩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고, 또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다시 일을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결코 예전과 같은 '빡센'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일이 정말로 싫으면, 그만두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무를 향한 도정」의 블로그주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15년 가까이 사축(社畜)으로 뼈빠지게 일해 왔는데, 한번 일을 그만두고 나니까, 도저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저금은 200만 엔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길은 '자살'이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D-Day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그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일해라"는 단순한 반응도 있고, "아직 젊은데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가", 혹은 '죽음'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진솔함을 담아 적은 글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는 말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코멘트를 남겼다. '카운트다운' 이후로는 글의 코멘트란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그 이전 글에 코멘트를 달거나, 아니면 밑에서 인용한 것처럼 트랙백을 달거나 하는 식으로. 그 중에서 마찬가지로 회사를 그만두고 태국에서 '外こもり'를 하는 貧BP라는 사람은, 「무를 향한 도정」의 카운트다운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이런 말을 남겼다. 1
"돈이 없지만 일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죽는다니,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가 어딨어요! 솔직히 말해서, 강도라도 뭐라도 해서 사는 편이 낫다구요."
"이 블로그주는 국내를 몇 번 여행한 것으로 만족하고 죽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깝다... 이런 아까운 일이! 몇 번이고 말합니다. 돈이 없다,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걸로 죽음을 선택한다니, 바보같습니다!"
"pha씨도 저서에서 "죽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대로에요. 이런 이유로 죽는 것만큼, 바보같은 일은 없습니다. 자산가라면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있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는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죽지 않으면 안 된다니!" 2
굉장히 격정적인 반응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무를 향한 도정」 블로그주의 심정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그는 "가난한 자에게 사회는 죽음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貧BP라는 사람은 '생활보조'라도 받으면서 사는 편이 몇 배는 낫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도 '정상인'이 받기가 매우 까다롭다. 한번 '일할 능력'이 있다고 사회가 판단하면, 그가 어떤 주장을 하든지간에, '생활보조'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그는 자산가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FX로 돈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그렇다고 사회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던지기에는 너무나 소심한, 한 사람의 '소시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자살'이었다. 마지막 날에 그가 남긴 글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죽기까지 앞으로 1일.
마침내 그 날이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이 블로그도 끝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런 어두운 일기를 긴 시간동안 업로드해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더욱 밝은 블로그가 니트 일기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겠지요.
제 의견에 반론도 많이 있었고,
거기에 마주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불평을 적으면서...
그런 블로그였습니다.
일본이, 이런 블로그의 내용 따위 곧바로 날려 없애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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