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preintes du beau rêve
<이런, 씹할> 본문
결국 무덤에는 나 혼자 남은 셈이었다. 왠지 이 상황이 기분 좋았다. 굉장히 아늑하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봤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돌이 쌓여 있는 바로 아래, 벽의 유리 부분 밑에 빨간 크레용으로 <이런, 씹할>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정말 문제였다. 어디서도 아늑하고 평화로운 장소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런 곳은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일단 가 보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틈을 타서 어떤 자식이 바로 코밑에다 <이런, 씹할>이라고 써놓고는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죽어 무덤에 묻히고, 비석 같은 것에 <홀든 콜필드>라는 이름을 새겨 넣으면,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쓰여진 아래로 누군가가 <이런, 씹할>이라고 몰래 써넣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난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도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 p. 2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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