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preintes du beau rêve
2013. 4. 11. 본문
이맘때가 다가오면 광장에서 다시금 노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쳐 드는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반사하던 유리빌딩, 벌집처럼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어느 고급 호텔의 겉벽,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향하는 회사원들과 분수에서 뛰놀던 아이들. 더웠지만, 밤에는 시원했고 사람들이 사라진 광장엔 이따금 취객이나 일터에서 돌아오는 노동자가 광장을 뱅 돌아 거리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기나긴 정적. 광장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선 지하철로 가거나 빌딩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용변을 해결하는 일은 사소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하루 걸러 열리는 그놈의 '행사'였다. 며칠 전에 연락이 오면—심지어 행사 당일 아침에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었다—텐트민들은 되도록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곳으로 집을 옮길 준비를 해야 했다. 갑자기 밀려오는 귀찮음과 고됨과 내가 왜 저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엄연히 시청에 신고해서 자리잡은 건데—하는 분노. 내가 이해를 바라고 광장에 자리잡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당신들을 존중하는 만큼 당신들 역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 줄 수는 없는 건가. 물론 배려를 잘 해 주던 경우도 드물지만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밀려남'에서, 우리는 차가운 눈을 뒤로 맞으며 텐트와 피켓과 잡기들을 조용히 한구석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기록을 위해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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