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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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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무제

barde 2014. 9. 26. 20:41



  아래는 내가 라인에 남긴 글을 정리한 것이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등의 편집을 가했다.


  글이라는 건 굉장히 효율이 낮은 노동입니다. 들이는 시간에 비해 나오는 게 얼마 없어요. 오직 글을 안 써본 자들만이 글에 대한 환상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환상을 부수는 것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침묵의 벽이죠. 책이 안 팔린다, 이건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게 아니에요. 책을 안 읽어도 국민들은 멀쩡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 멍청하기는 하지만, 그런 게 큰 대수는 아니에요. 멍청함에 세상은 관대하니까요. 오히려 문제는, 누군가가 '책을 읽어' 너무 똑똑해져서, 입 바른 소리를 하게 되는 일이죠. 그래서 이를테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물론 책을 많이 읽은 자들에 한하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합니다. 대놓고 '너는 멍청해'라고 말하면 당연히 안 읽겠죠. 현대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아첨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오히려 대중은 아첨을 혐오하죠. 대중은 늘 이중적이니까요. 제가 글을 쓰는 시간은 생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실은 깨어 있는 동안은, 아니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도 글에 대해,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봐야죠. 비록 그것이 표면효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개념들의 배치가 중요하다고 바디우는 말했지만, 정말로 그것이 '중요해질' 수 있으려면, 개념들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조작법을 모르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장난감과 같이.


  파시즘, 혹은 전체주의 바로 직전의 문학은 놀라운 성취를 이뤘죠. 혹은 파시즘과 마주하며 자라온 문학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시즘과 '함께' 가는 문학은, 그것은 더 이상 '문학'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거기서는 모두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으니까요. 바람이 분다에서 지로가 꿈을 꾸었던 것처럼. 만약 일본에 파시즘이 돌아온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문학을 비롯한 '예술'에서 징조가 드러날 거에요. 물론 파시즘이 구리다는 '인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숭고의 미학, 희생의 미학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죠. 사람들이 원해서 속는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원하지 않는 '환상'에, 사람들은 결코 속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속아주기' 시작하면, 쉽게 속죠. 대중은 늘, 액티브하게 현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하는 것들을 자신만의 더듬이로 캐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모양의 꿈을 '꾼다'고 하는 것은, 실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에요. 꿈은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성'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 꿈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고 있냐, 대중들이 그것을 원할 준비가 되어 있냐 하는 것들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경식 선생이 2011년부터 20년은, 그러니까 자기 인생의 말년은 대반동의 시기가 될 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패전 대신에 민주주의와 평화주의라는 귀중한 재산을 얻었으나 이 반동기에 그것을 거의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어떤 계기로 반동을 극복할 때가 온다고 해도 그때까지 막대한 희생과 시간을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각주:1] 라고 선생은 말하죠. 저는 선생의 현실인식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는 믿는 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꿈'에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만들 수는 없는 법이죠.


  자유가 없는 글에는 미래도 없습니다. 현실만을 말하는 글은 모두 죽은 글이에요. 제가 사망선고를 내렸습니다.

  1.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569986.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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