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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사랑은 신칸센을 타고: <타마코 러브스토리> 감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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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신칸센을 타고: <타마코 러브스토리> 감상

barde 2014. 9. 29. 18:09




  <타마코 러브스토리>는 평범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적어도, 처음 봤을 때는 그렇다.


  하지만, TVA를 정주행하고 두 번째로 영화를 본다면, 그것이 약간의 '아쉬움'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사라져가는 것'이란 바로, 일생에 두 번 다시 찾아올 일 없는, 극히 짧은 기간의 '청춘'이다. 흔히 미화되지만, 사람들이 그것이 존재하는 것마냥, 혹은 그런 것은 없다며 쓰디쓴 웃음을 품게 되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미화되는 '청춘'이다. <타마코 러브스토리>는 밝게 빛나는 '청춘'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의 장면장면들 사이에서, '청춘'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치조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타마코가 정신없이 달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은 또 하나의 곤란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두 개의 사랑이 이뤄질 수는 없다는 (어쩌면 삶에 있어 진리이기도 한) 사실이다. 타마코는 모치조를 좋아한다. 모치조는 타마코를 좋아한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미도리 또한 타마코를 좋아한다.


  미도리는 언제부터 타마코를 좋아했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말하자면 사춘기가 지나서부터, 타마코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우정'과는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둘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이미, 타마코는 '친구'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가깝고도 먼 존재가 되어 있었다. 미도리는 타마코를 늘 곁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타마코는 그녀의 시선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평생 교토의 한 상점가[각주:1]에서 떡이나 빚으며 살아온 타마코에게 있어선—물론 그녀는 그 밖에도 많은 일들을 보고 겪었을 테지만—, 자신의 소꿉친구가(그러고 보면 모치조도 그렇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조금은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우정'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도리는 타마코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모치조 또한 타마코를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둘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같은 카드를 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와 함께 슬퍼할 수 있다.


  중간에 인상깊은 두 장면이 있다. 모치조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타마코는 가모가와 강에 한번 퐁당! 하고 빠진 뒤에 정신을 수습하지 못한 채로 일어나, 모치조에게 기계적인 인사를 하고 바로 집까지 도망친다. '콘택트렌즈가 빠진' 타마코에게 세상은 원색의 빛무리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의 인사도, 상점가의 모습도 전부 빛들이 춤추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달리고 달려 겨우 집으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홀딱 젖은 채로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뛰어나고, 또한 아름다운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휴일, 인플루엔자 덕에 학교를 쉬게 된 날 학교에 온 타마코에게, 미도리가 거짓말로 "모치조는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갈 거래.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갈 거면, 그 편이 낫겠지. ...9시 신칸센이래." 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타마코는 바로 밖으로 달려 나가는데, 나는 여기서 제대로 된 쓴맛을 느꼈다. 아니, 처음 봤을 땐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때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니까. 그러나, 두 번째로 보았을 때는, 거기에는 미도리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높은 곳에 한번 올라가 볼까" 하고 말하는 칸나와 함께 밖으로 나오는 미도리는, 마치 그녀 자신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적으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저 두 장면이 가장 좋았다. 레코드집 아저씨는 모치조에게 "후회의 쓴 맛은, 무언가를 알게 된 증거. 하나 하나, 맛보기를." 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전혀 후회할 이유가 없다. 왜냐면, 그녀는 이미 누군가의 등을 밀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미 "높은 곳에 올랐기" 때문에.


  여담: 모치조가 타게 될, 아니 타야 했던 신칸센은 말할 것도 없이 노조미[각주:2]다. 작중에는 '노조미'라고 적혀 있지는 않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노랑은 그 열차가 '노조미'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 또한 말이 필요 없는 한 예가 아닐까. 도카이도 신칸센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과 더불어, 참으로 아무래도 좋을 정보가 아닐까 싶지만. (웃음)

  1. 배경이 되는 상점가는 데마치야나기에 자리잡은 '데마치마스가타 상점가'이다. [본문으로]
  2. 도카이도 신칸센의 등급 중 가장 빠른 신칸센. 신요코하마에서 나고야까지 무정차. 신오사카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반 정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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