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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사유함에 대해 본문

etc.

사유함에 대해

barde 2013. 2. 28. 18:29

  • 글을 쓴다는 행위는 외연과 내인의 갈등의 현장 사이로 '던져진다'는 것을 뜻하기에 글을 쓰는 주체-사고의 객체-는 그가 서술하는 글에 종속되어 글을 완성할 때까지 사고만을 해방한다. 글의 길이는 그가 어떤 자유를 염원하는지 은유적으로 암시할 뿐이다.

  • "판에 박힌 것에 대항해서 싸울 때는 엄청난 속임수와 반복 그리고 신중함이 없이는 안 된다. 각각의 그림, 그 그림의 매 순간마다 영구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형상의 길이다."

  • "인식이란 '무엇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너의 일부가 되었을 때, 또는 너의 삶이 그것의 일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프랑스 68의 구호 "행동은 충분하다. 이젠 말이다."(Assez d'actes, des mots) 이 역설적인 구호는 행동을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다. "행동은 반응이 아니라 창조"라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함께 할 때, 창조한다."

  • 사람들이 사유자에 대해 오해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론 그가 어떤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몰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물론 긴 얘기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그는 땅굴을 파듯 사유한다기보다 거리를 걷듯 사유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발아하는데, 그것은 그가 사유의 정교함이나 집중도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지를 뻗어 나가는 모양새, 다시말해 공간의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에 정신을 개방한다. 이를 두고 총체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런 '총체성', '일의성'이 아니라, 모든 사유가 공평히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하나를 그 안에 포섭하기도 하며--말이다. 요컨대 '개념의 사용'보다 '의미의 생산'에 염두를 둔다는 것이다.

  • 의미 - 음악의 영역에서 연주가들이 옛 악보들을 보고 연주하며 자신만의 패턴을 엮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보학자들, 과거와 미래가 응축된 것으로 '몸 안에' 존재하는 계보학자들은 일련의 사유의 흐름 속에서 화가들이 뎃셍하는 것과 같이 자신만의 의미를 그려내야 한다.

  • "사유 안에서 사유를 낳는 것은 시간의 텅 빈 형식이다. 왜냐하면 사유는 오로지 차이와 함께할 때만 사유하고, 근거와해가 일어나는 이 지점의 주위에서만 사유하기 때문이다. 사유 이론에는 회화가 재현에서 추상미술로 이행하도록 만드는 바로 그 혁명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이미지 없는 사유 이론이 설정하는 목표는 여기에 있다."

  • “스피노자는 희망을 믿지 않았으며, 심지어 용기도 믿지 않았다. 그는 기쁨 그리고 전망만을 믿었다. (…) 그는 단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일깨우고, 보게 하려고 하였을 뿐이다. 제3의 눈으로서의 증명은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설득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영감을 얻은 이 자유로운 전망을 위해 안경을 만들거나 안경 렌즈를 세공하려 할 뿐이다.”

  • "철학이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숲 속이나 오솔길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 속에서, 도시의 길에서, 그리고 도시와 그 길에 있는 보다 인위적으로 틀에 박힌 것factice 속에서이다."

  • "예언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인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물어보는 사람은 다가올 것에 대해 자신의 내면이 들려주는 소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셈이다. 그 내면의 소리는 그 여인들에게서 그가 듣게 되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를 이끄는 것은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나태함이다. 그가 자신의 운명을 물어서 알아낼 때 보이는 순종적인 둔감함과 가장 닮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용기 있는 자가 미래를 붙잡아 세울 때의 위험하고 급작스러운 손동작일 것이다. 정신의 깨어 있는 상태Geistesgegenwart야말로 미래의 진액이기 때문이다.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저 멀리 놓여 있는 것을 미리 아는 것보다 더 결정적이다."

  • 확신 - 우리가 두 갈래 길을 마주했을 때, 마음속으로 '이 길이다'라고 생각한 길을 택하지 않고 다른 길--필시 막히거나 엉뚱한 곳으로 통할--을 택할 때가 왕왕 있다. 우리는 어째서 '반드시 실패하게 되는'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길에서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또 다른 길--원래 이 길이라고 여기고 있었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 따라서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는 사유의 순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는 사유를 통해 이미지가 어디에 위치하고 또 어디에 자신의 비밀--흔히 진리라고 일컬어지는--을 숨겨두는지, 또 기호들은 어떤 가면을 쓰고 그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탐정이 발자국과 바닥에 떨어진 증거들을 수집하듯 조심스레 알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증거물들을 수집했다고 해서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엔 한 가지 매콤한 조미료가 필요한데, 바로 '확신'이라는 메타포다. 이를테면 사유의 거리를 걷는 자를 떠올려 보기로 하자. 그는 그 낡은 거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 나가는데, 이곳저곳을 방문하고 살펴볼 때마다 마음속에 무언가 의혹이 떠 오르게 된다. 그는 그러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흔적을 없애기도 하고, 공간을 철저히 무기질적인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그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반짝이는 브로치, 메타포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지나왔던 모든 공간과 흔적과 텍스트의 선적, 나열, 파편이 암시하고 또 그의 숨결에 아우라를 섞은 것으로, 브로치를 발견한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그의 마음속에 '확신'이 자리잡았단 것을.

  • "진리 찾기는 비자발적인 것의 고유한 모험이다. 사유하도록 강요하고 사유에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것이 없다면 사유란 아무것도 아니다. 사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사유의 재료를 주는’ 어떤 것이다."

  • "사유함이란 언제나 해석함이다. 다시 말해 한 기호를 설명하고 전개하고 해독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번역하고 해독하고 전개시키는 것이 순수한 창조의 형식이다. 명석한 관념들보다 분명한 의미들은 없다. 기호들 속에는 내포된 의미들밖에는 없다."

  • "(의미의) 생산은 인상으로부터 출발한다. 왜냐하면 오직 인상만이 마주침과 우연성의 효과(우리가 인상으로부터 겪는 폭력)의 필연성을 자기 안에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산은 하나의 기호로부터 출발하며 또한 심오하고도 애매모호한 비자발성을 전제한다."

    • 이런 조건에서만 사람들은 유체가 가진 불안정한 성격에 적응하게 된다. 우리의 사유가 도약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도약해야 한다. 즉 사유는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 우리는 반드시 말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며, 우리의 사유는 대부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몇몇 철학적 문제들이 일으키는 극복할 수 없는 난관들은 전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현상들을 공간 위에 병치시키려고 고집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 사유한다는 것은 실험한다는 것이지만 실험이란 항상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리의 외양을 대신하며 진리보다 그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새로움, 눈에 띔, 흥미로움이다.


    • 회상은 내러티브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신문기사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더더욱 안 된다. 회상은 매우 엄격하게 서사시의 음송 방식으로 항상 다른 곳을 시금해야 하고 같은 곳을 시금하는 경우에는 점점 깊은 곳을 시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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