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etc. (77)
l'Empreintes du beau rêve
'자유로움'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자유한 것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자유의 문제는 그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이 인간의 조건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서로를 조건지음으로써 서로에게 부자유를 부과한다. 서로가 부자유하기 때문에 '질서'가 생겨나는 것이며,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야 '사회'가 탄생한다. 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언사는, 처음에 이 말을 한 사람이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인간은 부자유하게 살기를 타고난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날 때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적어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수많은 니트들이 있다..
결국 무덤에는 나 혼자 남은 셈이었다. 왠지 이 상황이 기분 좋았다. 굉장히 아늑하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봤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돌이 쌓여 있는 바로 아래, 벽의 유리 부분 밑에 빨간 크레용으로 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정말 문제였다. 어디서도 아늑하고 평화로운 장소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런 곳은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일단 가 보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틈을 타서 어떤 자식이 바로 코밑에다 이라고 써놓고는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죽어 무덤에 묻히고, 비석 같은 것에 라는 이름을 새겨 넣으면,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쓰여진 아래로 누군가가 이라고 몰래 써넣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차례 격렬했던 겨울이 지나고 나서, 최근에는 할 일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있고, 앞날이 불투명한 것도 있고 해서 완전히 넉다운돼 있었다. 과장해서 말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 그런 일이 있었지." 라고 하기에는 또 애매한, 물과 수은 사이에 있는 쇠공과도 같이 가라앉은 침잠. 나는 가만히 쇠공을 바라보는 일에도 싫증이 나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죽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살고 싶지 않다",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야 매번 들지만, 그것이 "죽고싶다"는 결의로 이르는 데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대신 "죽고싶다"는 결의를 하고 실행에 옮긴, 혹은 실행에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글을 읽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무를 향한 도정..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단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아사'하는 네 젊은이를 다룬 글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사람이 하나씩 죽어가는 모습을 담담히 묘사한 게 지금도 기억난다. '죽음'에 비하면 존재란, 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바꿔 말하면, '죽음' 이후에야 존재자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다양한 길이 있겠지만, '죽음 이전'에 존재자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죽음'에 걸맞는 '필사적인' 노력과 비장함이 없으면 안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죽는다는' 게 삶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을지 몰라도, 존재자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데는 죽음만한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누군가가 자살한다고 해서, 반..
은 어쩌면, 애니메이션에서 '타자'를 다루는 일반적인 길, 왕도를 따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벨기에에 입양된 '한국계 전정식', 벨기에 이름 '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융'은, 두 살 정도에 벨기에 가정에 입양되어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국계 벨기에인이다. 그는 자라면서 도둑질을 하기도 하고, 일본의 화려한 문화를 접하기도 하고(여기서 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발레를 배우기도 하고, 식권을 훔치기도 하고, '동양인 자식', '짱개' 같은 욕을 듣기도 하고, 머리가 자라서는 일탈을 겪기도 하면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융의 가족은 융에게 아주 관대하다. 비록 아버지나 어머니가 매질을 하기도 하고(채찍으로 융을 때리는 것이 아주 무섭게 묘사된다..
세상에는 심심풀이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고, '시험삼아' 내 본 소설이 신인상을 타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평범하게 운이 없어서 로또를 사면 언제나 꽝에, 꽝이 없는 당첨제비를 뽑으면 항상 낮은 등수가 나오고, 원서를 넣으면 전부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쪽이냐고 하면, 글쎄. 아무래도 '평범하게 운이 없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럼 지금부터, '평범하게 운이 없는 사람'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해 보기로 한다. 우선 이렇다. 앞에서 든 예와 같이, 로또를 사면 전부 꽝이 나온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확률로 따지면, 5등에 당첨될 확률은 1/45이다. 따라서 로또를 45세트 구매한다고 하면, 실제로는 한 종이에 5세트니까 9장이지만, 그 중에 하..
일본어 위키백과 링크 다카하시 겐이치로(たかはし げんいちろう、1951년 1월 1일 - )는, 일본의 소설가, 문학자, 문예평론가. 메이지학원대학 교수.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 출신. 일본테레비 방송프로그램 심의회위원. 고금동서의 명작으로부터 만화・TV에 이르는 매스컬쳐를 인용해, 패러디나 파스티슈pastiche를 구사하는 시니컬한 수법과 그에 상반하는 서정적인 작풍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아방・팝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되고 있다. 경마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네 번의 이혼력과 다섯 번의 결혼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장녀는 자유기고가인 하시모토 마리. 두 번째 처와의 사이에도 장남이 있다. 세 번째 처인 타니가와 나오코, 네 번째 처인 무로이 유즈키는 둘 다 소설가(타니가와는 ..
2년 전에 쓴 글. 중2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현재의 나 사이의 어딘가에서 방황하던 나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나하나 점자로 찍은 것만 같은 개념어의 사용이 인상적이다. 살다 보면 좋았던 기억은 아련한 이미지로만 남아 사진을 보며, 또는 글을 읽으며 회상하며 추억에 젖기나 하지만, 나빴던, 사무친 기억은 가슴 속 깊이 패인 상처로 남아 잊어버린 듯 하다가도 갑자기 떠올라 식은땀을 흘리게 한다. 내게 있어 상흔이란 사람과의 관계 미숙에서 비롯된, 어찌 보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겪은’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상처trauma다. 그렇기에 혼자서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돌아오며, 평온을 가장하며 살아가다가도 트라우마가 목을 콱 죄는 순간이 있어 그 때만큼은 심각한 고통의 재귀를 경험한다...
드물게도, 볼 때마다 감상이 바뀌는 작품이 있다. 그리고 는 여기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세월'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내버려 두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둘 다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영화만큼 사람들의 감상이 갈라지는 영화도 없을 것이다. 는 만남과 이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만남'보다는 '이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커플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신카이 감독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이다. 작품은 크게 세 개의 짧은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 줄여서 는 애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10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멘마’라는 여자아이가 사망하고,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은 각자 멘마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갑자기 멤버의 리더였던 ‘진타’의 곁에 멘마가 나타나고, 진타는 이것을 과거의 멤버들에게 고백한다. 믿어주는 친구도 있고, 반신반의하는 친구도 있다. 극장판은 TV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유령’으로 돌아온 멘마를 자신들의 곁에 각인하는 일은 회상으로 제시될 따름이지만,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멘마가 어떻게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극장판의 이야기는, 멤버들이 ‘멘마’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나루의 경우는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