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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preintes du beau rêve
우선 '보컬로이드'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보컬로이드'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우선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것입니다. 여기서 '하츠네 미쿠'는 보컬로이드를 대표하는 환유적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파고들어서, 하츠네 미쿠가 '부른' 노래—'부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보컬로이드 2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조교된, 다시말해 입력된 것입니다—를 몇 개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여기서—즉 노래에서—중심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하츠네 미쿠일까요, 아니면 작곡가일까요, 그마저도 아니면 청자(듣는 자)일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츠네 미쿠가 처음 ..
일본어 위키백과 링크 오자와 켄지는 일본의 싱어송 라이터. 본명 小澤 健二(읽는 법은 같다). 애칭은 오자켄(オザケン). 내력, 인물 1968년, 카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시에서 독문학자 오자와 토시오와, 심리학자 오자와 마키코의 차남으로 태어나, 곧 독일로 이주한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나 문학에 열중해, 특히 당시에 방영되던 가요 채널 『The Best 10』은 하위 20위까지 체크하는 열정이 있었다. 형이 다녔다는 이유로 사립 와코중학교에 진학해서, 오야마다 케이고와 만난다. 계열의 와코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카나가와현립 타마고등학교에 수험해서 진학. 부활동은 밴드를 했다. 당시 가정의 규율이 엄격해 용돈을 받지 못했지만, 다니고 있던 예비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으면 용돈 비슷한 게 나와서, 공부는 열..
그녀는 마법사였다, 이 세계가 아닌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로부터 온 마법사였다. 마법사임에 분명했다, 그녀는. 그리고 나는 평범한 소년이자 학생이었다. 나는 그녀를 위해 말한다. 그녀는 나를 위해 말한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한다. “마법사여, 세상에 빛을!” 17살의 여름, 이라고 적으면 어딘가 아쉽고 그리운 느낌을 주지만, 그 당시 나는 하루라도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정석인 창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턱을 괴고 바깥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자면, 달리는 또래의 학생이라든가 열심히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체육선생이 보이는 운동장이 바로 앞에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얇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는 저 집..
만화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면, 소년만화, 순정만화 그리고 미스터리 만화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분류에 따르자면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단편 는 미스터리 만화에 속하지만, 동시에 소년만화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가 그래마을에서 보여주었던 센스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분류가 적절한지 어쩐지 하는 건 우선 넘어가기로 하고, 지금부터 이 충격적인 만화, 에 대해 말해보기로 하자. 의 플롯은 다른 미스터리에 비하면 단순한 편이다. 분량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복선을 지니고 있는 간단한 에피소드가 몇 편 제시되고, 5화부터 본격적으로 메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만 집중한다면 이 만화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 작품 속에 숨겨 두었던 메시지를 놓칠 수 있다. ..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지식하게 믿는다. 낭만주의에 의거해, 꿈의 힘에 의거해, 난관을 돌파하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 관둬, 관두라고, 허리띠가 풀렸잖아, 따위의 못된 충고는 하는 게 아니다.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가장 옳다.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든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든 같다고 할 수 있다. 믿는 능력이 없는 국민은 패배하리라 생각한다. 잠자코 믿고, 잠자코 생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옳다. 남의 일을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꼬락서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 기회에 좀 더 깊게 자신을 조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다. 믿었다 패배하는 데 후회는 없다. 오히려 영원한 승리다. 그렇기 때문에 남이 비웃어도 치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산 중턱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자리잡은 정신병원에 딸려 있는,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의 한 2인용 병실(침실)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둘을 감싸고 있는 벽면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얗다. 심지어 서랍과 창틀조차도. 둘은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은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한쪽은 무기력한 눈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다. 무기력한 눈을 한 쪽은 헝클어진 머리를 제멋대로 빗어내린 여자로,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정도로 되어 보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남자로 보이는데, 피곤한 눈을 하고 있지만 눈동자만은 반짝반짝 빛난다. 나이는 아마 30대 초중반 정도일 것이다. 나는 둘 사이에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옮겨적었다. 아, 오해하지 말기를. 나는 '여기에' 들어온 환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한 마디도 ..
말들이 대부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기를 쓰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한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한다. 그 '순간'을 최대한 잘 복기해 내기 위해서. 에서 고양이 쵸비가 한 것과 같이, 솔직한 심정을 담아서. 그런 이유로 여행기를 끝까지 계속 써 나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편이다. 아사히카와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사히카와에 돌아올 때만 해도 이 작은 도시가 반가웠는데, 떠나려고 하니 어디를 어떻게 들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동물원은 이미 방문했고, 게임센터는 이제 문을 닫았고, 그렇다고 지비루관에 갈 수도 없고. (아침이라 맥주를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역에 한번 들렀다가 다시 시내로 나와서 지도를 가만히 보고 ..
하나의 ‘짜증’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이자 마지막 작품 가 개봉하기 전에, 사람들은 이번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떤 ‘꿈’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잔뜩 기대했다. 그리고 영화가 ‘제로센’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를 다루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한국에서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었다. 하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비행기(밀리터리)’와 ‘평화주의’ 둘 중에 결국 전자를 택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단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말을 삼가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 예고편이 유투브에 공개되었을 때 전자의 반응은 극에 달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극우’라는 말부터 시작해서-정작 미야자키 하야오는 2ch 등에서 ‘재일’이라고 까이는 형편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미화했다느니, ‘일본인’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
31일은 바쁘게 보냈다. 이 날 일기를 적지 않은 것은 나카후라노에 들러서 일찍 잠들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것들이 한꺼번에 나의 시야를 감싸서 약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잠자리는 편하고 좋았다. 우선 이 날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부터 말하기로 하자. 아사히카와의 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밥과 미소시루와 샐러드로만 구성된 아주 간단한 식사), 동물원 입장과 버스 승차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펀펀 티켓을 구입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까지 가는 버스는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한 40분 정도 걸려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도착해서, 펭귄을 시작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죽 둘러보았다. 아사히야마의 동물 구성은 아주 다양했는데, 펭귄부터 해서 ..
"지금 내가 글을 적고 있는 곳은 삿포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다. 옆자리에 사람이 없어서 한결 편한 기분으로 적고 있다. 상공 10000m에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바닥(대류권과 성층권의 사이)에 빼곡히 깔린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늘의 푸르름은 나의 눈을 찌르고, 쏟아지는 햇살은 청명하기 그지없다. 날개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빛이 나의 눈을 쏘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의 풍경은 아름답다. 멋지다, 대단하다, 놀랍다, 장관이다 같은 말을 쓸 수는 있겠지만, 지상 위의 풍경은 그보다는 다른 어떤 '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그게 뭔지 알 수 없다. 그저 빛이 나의 망막에 쏟아지는 것으로 느낄 뿐이다. 아,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11..